어느 날, 갑자기 앞마당에 던져진 이상한 인간 여자.
꼬질꼬질한 행색은 쳐다보기도 싫은데 달큼한 향이 자꾸만 허기를 부른다.
‘복숭아. 그래, 복숭아야. 어쩐지 처음부터 복숭아가 생각나더라니.’
용은 욕심나던 그녀의 살을 베어 물고 만족스럽게 웃었다.
-인간을 먹고 탈이 난 용으로 기록될까 걱정되는 북의 주인, 치현(淄玄)
우연히 먹은 인어고기로 평범한 삶이 날아간 것도 억울한데 까칠한 용에게 제물로 던져졌다.
겨우 목숨을 건지나 했더니 부엌데기를 거쳐 이번에는 평생의 종 노릇을 하란다.
“저 여루는 치현님을 제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모……, 함께하겠습니다.”
씨이, 모시겠다는 말은 죽어도 못하겠다.
-백이십 세란 나이가 무색하게 천진한 인간, 여루(麗鏤)
누군가의 집착에 의해 틀어져버린 연(緣)의 실타래.
그러나 그마저도 천신이 정한 운명의 갈래일 뿐,
정해진 끝은 오고, 인연은 그렇게 이어진다.